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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 업자를 상대로 한 소송이 어려운 이유
인테리어 업자를 상대로 한 소송이 어려운 이유
안녕하세요, 박종현 변호사입니다.인테리어 공사를 맡겨보신 분들이라면 아무리 소소한 공사라 하더라도 잡음과 말썽이 없지 않았을 것입니다. 왜 그런 일이 발생할지 생각해보면, 인테리어업이 사실상 고객으로부터 요청받은 공사를 직접 시공하는 것이 아니라 전기, 배관, 도배, 목수 등 하청에 의한 작업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입니다.어느 경우는 숨고와 같은 인터넷 플랫폼 사이트를 이용해서, 내 집 혹은 내 사무실에 공사할 인력을 찾기도 하는데요. 그렇다 보니 이는 필연적으로 분쟁을 내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모든 업체가 그렇다는 의미는 아니니, 양해 부탁드립니다).그렇다면 인테리어를 맡겼다가 소송으로 이어진 경우 어떤 점에서 재판 진행이 어려운지 조금 세분화해서 살펴보겠습니다.첫째, 계약서를 대충 작성한다는 점입니다.모든 법률분쟁의 기초는 계약서입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계약서 작성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는 현실인데요. 좀 더 구체적으로 공사기한은 언제인지, 공사대금은 언제, 얼마가 지급되어야 하는지, 만일 공사기한을 넘어설 경우 어떤 대응을 해야 하는지 등은 본 계약에 핵심이자 본질임에도 두리뭉실하게 작성하였다가 나중에 큰 낭패를 보게 됩니다.특히 후술하는 것처럼 본 사건에서는 지체상금이 손해배상액을 정함에 있어 큰 비중을 차지함에도 불구하고 계약서가 부실하다는 점은 도급인으로서, 그리고 손해를 입은 피해자로서는 회복이 어려운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둘째, 구체적인 공사시공내역을 받지 않는다는 점입니다.보통 어떤 계약을 진행하면 금액이 가장 중요합니다. 큰 틀에서 이 정도 액수면 괜찮다는 생각으로, 구체적인 공사내역을 받지 않을 때에는 돌이킬 수 없는 피해로 이어질 때가 많습니다. 가령, 창문 공사를 한다고 했을 때 어떤 창틀과 유리창이 들어오는지 내역이 전혀 없고 단지 창틀 및 유리창 시공으로 3,000만 원이라고 적혀있다면 당연히 분쟁의 소지가 발생하는 부분입니다.나아가 실제 재판에서는 공사시공내역이 없을 때 공정률 판단을 위한 감정조차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그 내역을 보유하고 있을 필요가 있다는 점입니다.셋째, 다른 업체에 공사를 맡길 수 있을까 하는 점입니다.그리고 이 부분은 일부 악질 업체에서 도급인에게 상당한 금원을 편취하는 요소이기도 합니다. 일단 A업체에 공사를 맡겨 일정 부분 공사가 진행되었다가 다툼으로 중단된 경우, 새로운 업체를 불러 이를 이어 나가는 것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여기에는 단순히 비용적인 문제도 있지만, 최초 계획한 설계가 변경된다는 불이익이 내포되어 있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이러한 상황을 악용하는 업체도 있다는 점, 반면 여러 이유로 해당 업체와의 신뢰 관계가 무너졌다면 하루라도 빨리 새로운 업체를 찾는 것이 내 피해를 줄이는 방법입니다.온라인에 검색해보면 수많은 인테리어 공사 중 불만 사항을 보실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실제 재판에까지 이어지는 케이스는 다소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여기에는 소송비용의 부담뿐만 아니라 가급적 좋게, 원만히 해결하자는 피해자 측의 배려로 예상됩니다. 그러나 배려와 양보가 계속된다고 해서 늘 최상의 결과를 이끌어내는 것은 아닙니다.인테리어 공사 관련 재판은 어쩔 수 없이 공정률에 대한 이해와 재판의 특성을 알고 있어야만 합니다. 본 칼럼을 통하여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셨으면 합니다.2024-05-14359마약 필로폰 매수가 미수에 그친 경우 처벌 수위는
마약 필로폰 매수가 미수에 그친 경우 처벌 수위는
1. 서 론
정부는 마약 청정국을 바란다고 하지만, 실상 우리 사회 곳곳에 다양한 종류의 마약이 제공되고 있다는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보통 필로폰 등 마약을 구매하는 방법으로는 텔레그램을 통한 최초 접선, 던지기 방식으로 취득, 가상화폐를 이용한 대금 지급 등의 방법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중 오늘은 마약, 특히 필로폰을 매수하려다가 미수에 그친 경우 처벌의 정도에 대하여 살펴보고자 합니다.
2. 필로폰 매수를 위해 대금을 지급하였지만, 실제 구하지 못한 경우
가. 본 쟁점에서 가장 문제 되는 케이스는 바로 필로폰을 매수할 목적으로 성명불상의 판매자에게 대금을 지급하였으나, 실질적으로 판매자로부터 필로폰을 받지 못한 사례라고 볼 수 있는데요. 이때에도 과연 필로폰 매수 미수의 죄책을 지울 수 있을지에 대하여 각급 법원의 판단이 조금씩 어긋나는 것으로 보입니다.
나. 일단 무죄판결을 받은 사례를 살펴보면, 비록 피고인이 필로폰 등 마약을 구입할 의사가 존재하고 실제 필로폰 판매자에게 그 대금을 지급하였다고 하더라도 대금을 받은 판매자가 당시 필로폰을 현실적으로 소지하고 있거나 적어도 입수가 가능한 상태에 있지 않았다면 이를 필로폰 매수의 실행의 착수가 있다고 볼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구체적으로 서울서부지방법원 2020. 4. 24. 선고 2020고정30 판결은 “피고인은 2018. 12. 16. 19:38경 서울 용산구 B 소재 ‘C은행’ 한남동지점에서 그곳 CD기를 이용하여 D 블로그 및 텔레그램 채팅앱을 통해 알게 된 성명불상의 향정신성의약품인 메트암페타민(속칭 ‘필로폰’, 이하 ‘필로폰’) 판매자(일명 ‘E’, ID: ‘F’)가 지정한 G 명의 C은행(H) 계좌로 40만 원을 무통장 송금한 후, 위 판매자가 지정한 장소로 이동하여 불상량의 필로폰을 수거하는, 속칭 ‘던지기’ 수법으로 필로폰을 매수하려 하였으나, 위 성명불상자가 피고인의 텔레그램 ID를 차단하여 연락이 두절되어 매수하지 못하고 미수에 그쳤다.”는 사건에서, 미수범이 성립하려면 전제로 범죄 실행의 착수가 있어야 하고, 이때 실행의 착수는 범인의 범행계획에 비추어 구성요건 실현에 대한 직접적인 위험이 인정될 때에 비로소 가능한바, 따라서 매도인과 매수인 사이에 마약류 매매의 합의가 성립하였다거나, 마약류 매수대금이 송금·수수되었다 하더라도, 이는 마약류 매매라는 범죄 구성요건의 행위 내용으로 예정되어 있는 행위는 아니므로, 그 마약류의 처분권한 또는 점유를 매수인에게로 이전하는 행위가 매도인 또는 매수인에 의하여 시작되지 않은 이상 마약류 매수의 실행의 착수가 인정될 수 없다는 내용입니다.
다. 위 판결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비록 피고인이 필로폰을 구매하기로 하고 판매책에게 그 대금까지 송달하였다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당시 판매책이 연락을 차단한 채 필로폰을 보내주지 않았으므로, 해당 사실관계만으로는 실행의 착수가 인정될 수 없고 단지 예비나 음모에 불과하다면서 무죄판결을 내렸던 것입니다.
라. 반면, 상당수 판결에서는 위와 유사한 사실관계임에도 불구하고 모두 유죄 판결이 선고되었다는 점 역시 눈에 띄는 사항입니다.【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2019. 8. 29. 선고 2019고단720, 2019고단1650 판결, 수원지방법원 2022. 5. 10. 선고 2021고단5065 판결, 청주지방법원 2021. 7. 8. 선고 2021노408 판결 등 다수 참조 】
3. 서울서부지방법원 2020. 4. 24. 선고 2020고정30 판결의 의미
가. 위 사건의 경우 필로폰 매수라는 범죄 성립을 위하여 구체적으로 어떠한 정도의 범행까지 이르러야 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던 사건으로, 오히려 국선변호사님이 변호를 맡았음에도 불구하고 위 핵심 내용을 정확하게 항변하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나. 결국, 이는 필로폰 등 마약을 매수하려다가 실패한 경우 일률적으로 범죄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형량을 낮추려는 시도를 지양하고 사안에 따라 위와 같이 실행의 착수 시기가 인정되는 행위를 구분하는 등 그에 맞추어 피고인(의뢰인)의 이익을 위한 변호인의 활동이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것입니다.
다. 특히 형사사건은 일반 민사재판과 달리 제1심에서 공소사실을 인정하였다고 하더라도, 항소심에서 이를 번의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본 사건으로 조사 중이거나 재판을 받고 있다면 상세한 범죄사실을 분석하여 무혐의 혹은 무죄를 받을 수 있는 여지가 있는지를 파악할 필요가 있음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주는 판결입니다.2023-12-06783아청법상 위계에 의한 간음이 성립되는 경우, 변경된 대법원 판결의 의미
아청법상 위계에 의한 간음이 성립되는 경우, 변경된 대법원 판결의 의미
1. 위계 등에 의한 간음이란
가. 위계에 의한 간음죄는 종래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만 존재했던 것은 아니며, 형법 제302조에서도 정하고 있었으며 다만 그 대상을 미성년자 또는 심신미약자로 한정하고 있었고, 법정형 역시 5년 이하의 징역에 불과하며 처벌의 정도가 매우 약하다는 비판이 있어 왔습니다.
나. 이때 말하는‘위계’란 간단히 말해서 속임수를 의미하지만, 구체적으로는 행위자가 간음의 목적으로 상대방에게 오인·착각·부지를 일으키고는 상대방의 그러한 심적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의 목적을 달성하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이 강학상 해석이었습니다.
다. 문제는 실제 위 법 조항을 적용함에 있어 위계에 의한 간음죄가 성립하는 경우가 극히 드물었던 반면 최근 지속적으로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가 증가하고 있고 또한 이들은 성인에 비하여 정신적으로 성숙하지 못하여 가해자의 심리적 지배를 받아 실제 범죄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인지하지 못한 채로 간음이 이어진다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그로 인하여 2020년 8월 대법원은 위계 등 간음죄의 성립에 대하여 전원합의체 판결로 이를 변경하였고, 이에 실무에서도 그 법 적용이 매우 중요하게 되었습니다.
2. 대법원판결의 변경가. 종래 대법원판결
1) 과거 대법원판결은 위계에 의한 간음죄에서 위계의 의미에 대해 “행위자가 간음의 목적으로 상대방에게 오인, 착각, 부지를 일으키고는 상대방의 그러한 심적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의 목적을 달성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고, 여기에서 오인, 착각, 부지란 간음행위 자체에 대한 오인, 착각, 부지를 말하는 것이지, 간음행위와 불가분적 관련성이 인정되지 않는 다른 조건에 관한 오인, 착각, 부지를 가리키는 것은 아니라고 보아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여 왔습니다(대법원 2001. 12. 24. 선고 2001도5074 등 판결 참조).
2) 그에 따라 대표적으로 ‘피고인이 피해자를 여관으로 유인하기 위하여 남자를 소개시켜 주겠다고 거짓말을 하고 피해자가 이에 속아 여관으로 오게 되어 성관계를 하였던 사건(대법원 2002. 7. 12. 선고 2002도2029 판결)’, ‘피고인이 청소년에게 성교의 대가로 돈을 주겠다고 거짓말하고 청소년이 이에 속아 피고인과 성교행위를 한 사건(대법원 2001. 12. 24. 선고 2001도5074 판결’ 등에서 피고인의 행위를 위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왔습니다.
3) 사실상 종전 대법원판결에 의하면, 피해자는 ‘간음’을 당하고 있음을 인지하지 못한 상태로 범죄 피해를 입어야만 하는데 대표적으로 이단이라고 불리는 종교단체에서 이루어지는 성범죄 피해를 생각하면 이해가 될 수 있습니다. 요컨대, 피해자는 가해자와 정상적인 성관계라고 생각하지 못한 상태에서 인지적·심리적 지배를 받은 채로 간음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본 법 조항이 문제 되는 사건은 대부분 미성년자가 어떤 대가를 지급하거나 혹은 가해자의 신상을 속인 상태에서 (법률적으로는 하자가 있지만) 동의 하에 이루어진 성관계라는 점에서 그 입법취지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난점이 있었던 것입니다.
나. 변경된 대법원판결
1) 이에 대법원 2020. 8. 27. 선고 2015도9436 전원합의체 판결은, 종전 판례를 변경하여, “위계에 의한 간음죄에 있어서는 행위자가 간음의 목적으로 피해자에게 오인, 착각, 부지를 일으키고 피해자의 그러한 심적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의 목적을 달성하였다면 위계와 간음행위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2) 위 변경된 판결의 논리는 ‘위계에 의한 간음죄’의 입법경위가 아동·청소년, 미성년자, 심신미약자, 피보호자·피감독자, 장애인 등 성폭력범행에 특히 취약한 사람을 보호대상으로 하며 강간죄 등과는 비견되는 독립적인 가벌성을 가진 범죄라는 점, 무엇보다 아동·청소년의 경우 타인의 성적 침해 또는 착취행위로부터 자신을 방어하기 어려운 처지에 있으며, 성적 가치관을 형성하고 성건강을 완성해 가는 과정에 있다는 점, 그로 인하여 비록 아동·청소년이 외관상 성적 결정 또는 동의를 보였다 하더라도 그것이 타인의 기망이나 왜곡된 신뢰관계의 이용에 기초한 것이라면, 이를 아동·청소년의 온전한 성적 자기결정권의 행사에 의한 것으로 평가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3) 따라서 위 판결에서는 “행위자가 간음의 목적으로 피해자에게 오인, 착각, 부지를 일으키고 피해자의 그러한 심적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의 목적을 달성하였다면 위계와 간음행위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고, 따라서 위계에 의한 간음죄가 성립한다. 왜곡된 성적 결정에 기초하여 성행위를 하였다면 왜곡이 발생한 지점이 성행위 그 자체인지 성행위에 이르게 된 동기인지는 성적 자기결정권에 대한 침해가 발생한 것은 마찬가지라는 점에서 핵심적인 부분이라고 하기 어렵다.
피해자가 오인, 착각, 부지에 빠지게 되는 대상은 간음행위 자체일 수도 있고, 간음행위에 이르게 된 동기이거나 간음행위와 결부된 금전적·비금전적 대가와 같은 요소일 수도 있다.”는 점을 근거로,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였던 원심의 판단을 배척하였던 것입니다.
【 위 대법원판결의 사실관계를 요약하면, 36세인 피고인은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이라고 소개하며 채팅 애플리케이션에서 14세의 피해자를 만나 사귀게 되었고, 이때 피고인은 여러 사람을 사칭하며 피해자를 혼란에 빠뜨리게 한 다음, 위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의 선배인 자신과 성관계를 해야 한다고 속여 간음하였던 사건입니다. 14세에 불과한 피해자는 피고인이 허구로 설정한 상황 속에서 상당 기간 괴롭힘을 당하여 왔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
3. 변경된 판결의 의미 및 실무에서의 적용가. 판결의 의미
1) 과거에는 만13세 미만의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한 경우에만 피해자의 동의 여하를 불문하고 강간죄에 준하여 처벌해 왔습니다. 그런데 특히 유튜브, SNS 등의 영향으로 아동·청소년이 성을 접하는 시기가 단축되었고, 한편으로 이를 이용하여 아동·청소년의 성을 착취하려는 가해자 역시 늘어나게 되었다는 사회적인 문제가 있었습니다.
2) 무엇보다 만13세 이상의 피해자와 성관계를 한 경우 그 경위를 불문하고 처벌받지 않는다는 치명적인 공백이 있었기에 종래 검찰은 이를 아동복지법 위반(정서적 학대 등)으로 기소하여 왔으나 사실상 위 아동복지법의 처벌 규정은 지나치게 모호한 것으로서 위헌의 여지가 매우 높았습니다.
3) 결국, 국회는 이러한 논란 끝에 아동·청소년 보호를 위하여 성인이 만13세 이상 만16세 미만의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한 경우에도 동의 여하를 떠나 처벌하는 규정을 신설하였으며, 재차 위 변경된 대법원판결은 위 신설조항에서도 포함되지 않는 가해자를 처벌하기 위하여 ‘위계’의 범위를 넓히는 방향으로 귀결된 것으로 보입니다.
4) 물론 이러한 국회와 사법부의 움직임에 대하여 아동·청소년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지나치게 침해하는 것은 아닌지 비판의 목소리가 없지는 않으나, 아동·청소년 피해자는 본인이 성폭력 피해를 당하고 있다는 사실조차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고, 심지어 실제 그러한 피해를 입고도 자신이 비난받을 행동(예컨대, 성매매 등)을 했을 것이라는 죄책감과 부모님 등 주변 사람에게 알려질 수 있다는 걱정 등으로 피해 신고가 포기하는 일도 많다는 점을 감안하여 판단되어야 할 것입니다.
나. 위 변경된 대법원판결 이후 실무에서의 적용 예 – 피고인이 나이를 속여 아동·청소년에게 접근한 경우
1) 서울북부지방법원 2021. 9. 28. 선고 2021고합128 판결은, 피고인이 2020. 6.말경 페이스북을 통해 알게 된 피해자(만16세)에게 자신의 이름과 나이를 속인 후 피해자에게 오인, 착각을 일으키고 피해자의 그러한 심적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하기로 한 다음, 총 9회에 걸쳐 위계로써 아동·청소년인 피해자를 간음한 사건에서, 피고인에게 징역 5년, 8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명령, 7년간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등과 장애인복지시설에의 취업제한명령을 선고하였습니다.
2) 또한, 서울고등법원 2023. 4. 20. 선고 2022노2965 판결에서도, ① 피고인은 피해자가 만든 B 오픈채팅방을 통해 피해자와 대화하게 되었는데, 피해자는 경찰에서 “위 오픈채팅방에 본인의 나이가 ‘2007년생’이라고 적어 놓았고, 피고인은 자신이 고등학교 2학년이라고 소개하였는데, 피고인이 미성년자가 아니었으면 대화를 이어나갈 생각이 아니었고, 성관계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진술한 점, ② 피고인도 경찰에서 “자신이 ‘19세로 고등학교 3학년’이라고 피해자에게 거짓말을 하였고, ‘피해자가 성인은 받지 않아요’라고 해서 부득이 나이를 속이게 되었다”라고 진술한 점을 토대로, 피해자는 피고인이 고등학생이라는 신뢰 하에 성관계를 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는 온전한 성적 자기결정권의 행사라고 볼 수 없어 피고인에게 징역 4년 6월을 선고하였습니다.
3) 위 판결 외에도 다수 사건에서, 특히 성인인 피고인이 미성년자라고 속이고 아동·청소년과 성관계를 한 경우 비록 외형적으로는 간음행위 자체에 동의가 있다고 하더라도 실무에서는 이를 ‘위계에 의한 간음’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4. 주의할 점 – 의제강간과의 관계
가. 본 쟁점에서 가장 주의깊게 살펴봐야 하는 것은 미성년자의제강간과 위계에 의한 간음의 처벌 정도가 다르다는 것입니다. 만13세 미만과의 간음도 문제지만, 실무에서는 주로 만13세 이상 만16세 미만 아동·청소년과의 성관계 혹은 성매매를 하였을 때 피고인의 입장에서 어떤 방어를 해야하는지가 관건인데요.
나. 일단 미성년자의제강간의 경우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8조의 2 제1항에 따라,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게 됩니다. 반면, 위계에 의한 간음의 경우 동법 제7제 제5항에 따라서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을 선고받도록 되어 있어 본질적으로 형량에서 큰 차이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 물론 정상참작사유가 많은 경우 양죄 모두 이론상 집행유예가 선고될 수 있기는 하나, 위계에 의한 간음이 성립할 때에는 집행유예의 가능성이 현저히 적어지는 상황 역시 피고인 입장에서 매우 중요한 고려요소가 아닐 수 없습니다. 라. 따라서 양죄의 성립 여부가 문제되었을 때에는 피해자와의 합의 여부, 그리고 구체적으로 피해자가 어떻게 피해 사실을 진술하는지 여부, 반면 피고인이 피해자를 만나게 된 경위, 피해자와 성관계에 이르게 된 과정이 매우 구체적으로 소명될 필요가 있다는 점입니다.2023-12-051,321국민참여재판이 성범죄 피고인에게 유리할까
국민참여재판이 성범죄 피고인에게 유리할까
1. 국민참여재판이란?
국민참여재판은 2008. 1. 1.부터 국민이 직접 배심원이라는 자격으로 재판에 참여하고, 검사와 피고인의 법정 공방을 지켜본 후 피고인에 대한 유·무죄에 대한 평결, 즉 의견을 개진하고 재판부는 배심원의 평결을 참고하여 판결을 내리는 제도입니다.
우리나라는 아직 국민참여재판이 뿌리 깊게 자리 잡지 못했지만, 영미법 체계 하에서는 이러한 배심원 제도가 폭넓게 활용 중입니다. 사실 변호사의 시선에서는 2020년 시작된 코로나 19의 영향으로 많은 사람이 좁은 법정에 한데 모이는 것도 자제할 필요가 있었고, 한편으로는 과연 피고인 입장에서 국민참여재판을 하는 것이 어느 정도까지 유리할지에 대한 고민도 적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국민참여재판이란 도대체 무엇인지, 그리고 국민참여재판을 받는 것이 피고인 입장에서 더 나은 것인지에 대한 개인적인 의견을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2. 국민참여재판의 성범죄 무죄율이 높다는 소문은?
가. 그에 앞서, 국민참여재판 포스팅을 위해 사전 조사를 하다 보니 성범죄의 경우 오히려 국민참여재판을 받는 것이 유리하다는 상당수의 기사가 확인되었는데요. 현업에 종사하는 변호사로서 사실 국민참여재판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없는 한계를 안고 있는 점에서 다소 놀랍게 느껴졌는데요. 그보다 제가 더 이해할 수 없던 점은 후술하겠지만 국민참여재판을 통하여 성범죄 무죄판결이 나온 것이 부당하다는 취지로 많은 언론이 지적하고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나. 그래서 일단 관련된 자료를 찾아보니, 사법정책연구원에서 발간한 통계자료에 의하면 2008~2020년 국민참여재판 중 성폭력범죄에 대한 무죄 평결 비율이 27.88%로, 일반 강력 사건에 비하여 최대 9배나 높은 수치였다고 합니다. 그렇다 보니까 이러한 기사도 있었는데요, “국민참여재판은 성범죄 피고인의 면죄부 창구이다” 라고까지 표현한 언론사도 있었습니다.
다. 처음에는 저도 국민참여재판 절차를 좀 안내해드리고, 지난번 거짓말탐지기에 대한 의견과 같이 이러한 제도를 활용하는 것도 괜찮다 라는 취지로 포스팅을 준비하려고 했는데요. 점점 내용을 파악하고 조사할수록 특히 성범죄와 보이스피싱 범죄의 경우 유독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하는 것이 무죄율이 매우 높은 반면 검찰과 언론은 이를 바람직하지 않은 방향에서 바라보고 있다는 점이 변호사로서도 다소 놀랍기만 했습니다.
라. 그런데 왜 제가 형사전문변호사면서 이것도 몰랐냐고 하실 수 있습니다만, 그 깊은 내막을 설명 드리기는 사실 포스팅이나 영상으로는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다만, 최근 국민참여재판의 실제 시행된 건수는 2019년 175건, 2020년 96건에 불과합니다. 전국을 통틀어서요. 그렇기 때문에 국민참여재판을 전문적으로 계속해서 경험해본 변호사님도 그만큼 적을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3. 국민은 재판부보다 성범죄자에 관대할까?
가. 사법정책연구원의 자료
사법정책연구원이 지난해 9월 발표한 <성폭력 범죄의 특수성과 국민참여재판에서의 배심원 지침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 관련한 내용이 있는데요. 유독 국민참여재판에서 성범죄 무죄 평결이 많이 나오는 이유에 대해 “배심원들의 평결에 ‘강간통념’이 작용했다”고 분석했습니다. 강간통념은 △“여성은 강간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고, 강요된 성관계를 원한다” △“여성이 성관계에 대해 ‘NO’라고 말하는 것은 종종 실제로 ‘YES’를 의미한다” △“여성은 종종 성폭력을 유발하거나 부추긴다” △“여성이 정말 강간을 막고자 한다면 할 수 있다” 등 성폭력 범죄를 정당화할 위험이 있는 사회적 통념을 의미합니다. 배심원들이 과거의 잘못된 성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에서 성폭력 범죄 사건의 평의와 평결에 참여할 경우 공정한 재판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을 하였다고 합니다.
나. 국민의 법적 지식이 부족하고 후진적인 것인가?
이러한 사법정책연구원의 자료를 요약해보면 배심원, 즉 국민은 법률적인 지식이나 잘못된 성 의식을 가지고 있고, 그로 인하여 억울한 여성 성범죄 피해자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내용으로 이해되는데요.
저는 여기에는 동의하지 못하겠습니다. 어떻게 보면 위 연구는 굉장히 오만한 시선이라고 볼 수도 있고, 한편으로는 성 고정관념이라는 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과연 우리 국민들은 왜 선진적인 성 관념을 갖추지 못하였다고 비판받는 것인지도 납득할 수 없는데요.
다. 이러한 통계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반대로 오히려 사법부와 검찰은 국민의 일반적인 법 감정, 즉 성범죄 혹은 보이스피싱 범죄에 대하여 지나치게 피고인을 유죄로 추정하는 것은 아닐까요. 보이스피싱 범죄만 하더라도 대부분 대학생, 주부, 노인, 더러는 미성년자도 포함됩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전문적인 지식이나 경험이 부족하고,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다는 점입니다.
특히 막 사회초년생이 되어 취업을 하려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보이스피싱 현금인출 혹은 전달책의 경우, 이들은 범죄가 인정되고 징역형을 피할 수 없는데 사실상 이들이 받은 금전적 보상은 너무나 적고 반면 이들의 역할이 타 범죄에 비교하여 필연적으로 징역형을 선고받아야 하는지도 의문이 드는 것은 사실입니다.
이는 성범죄의 경우도 마찬가지인데요, 엄연히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이루어진 사건 외에 피해자와 가해자의 진술만 존재하고 또한 위 진술이 엇갈리는 상황은 종종 목격됩니다. 이때 가해자가 할 수 있는 조치나 보호책은 사실상 없다고 볼 수 있는데요, 만일 그러한 와중에도 국민참여재판을 통하여 무죄판결을 받게 된다면 이는 종래 재판부가 성범죄 가해자가 지나치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밀거나 사실상 유죄추정의 원칙으로 바라보고 있던 것은 아닐까요.
그리고 이러한 점은 결국, 우리나라에도 적극적인 국민참여재판이 도입되어야 한다는 목소리와 시선을 같이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4. 결 론
성범죄 피해자의 목소리와 그 처한 환경을 왜곡하거나 간과하자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법 체계에서 과연 형사피의자, 피고인에게 인정되어야 하는 무죄추정의 원칙, 진술거부권 등이 실질적인 기능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국민참여재판은 그러한 상황에서 피고인에게 최후의 보루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음에도 도외시되고 있던 것은 아닌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됩니다.2023-12-01656항소심은 제1심 변호사를 유지하는 것이 좋을까
항소심은 제1심 변호사를 유지하는 것이 좋을까
1. 서론
모든 일에는 시작과 끝이 있는 것처럼, 수년이 넘게 걸리는 재판도 있지만, 상당수의 사건들은 연말이 되면서 종결, 즉 선고가 있는 일이 많습니다. 재판의 결과는 때에 따라 만족스러울 수도 반면 승소를 예상했지만, 뜻밖에도 패배로 이어진 사건들도 있을 수 있는데요.
그에 따라 자연스럽게 다음 단계인 항소심 진행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물론 제1심에서 승소하였지만, 상대방 측에서 항소함으로써 부득이 항소심으로 넘어가는 일도 있습니다.
오늘 포스팅에서는 제1심에서 선임한 변호사를 계속해서 항소심까지 유지하는 것이 나을지, 아니면 다른 변호사님을 찾아보는 것이 좋을지에 대하여 제 경험에 터 잡아 개인적인 의견을 드려보고자 합니다. 그러므로 본 내용은 평소와 같이 어떤 전문적인 지식이나 전략을 전달하는 것이라기보다 이러한 케이스가 있을 수 있으니 참고해주시면 좋겠다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2. 갑자기 항소심을 맡았을 때 – 경험에 기초하여
가. 제1심의 결과가 항소심에서 크게 바뀔지 ??
1) 보통 항소심을 진행하고 싶으신 분들은 당연히 제1심의 결과를 뒤집고자 하는 생각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실제 항소심 인용률이 생각보다 높지 않고, 일부 승소를 하는 경우는 종종 발생하지만, 오히려 단 1번의 변론기일 진행 후 항소기각을 받는 때도 많습니다.
2) 더군다나 항소기각을 받으면, 판결 주문에 제1심과 제2심의 소송비용까지 항소인에게 부담시키게 되므로 향후 발생하는 상대방 측의 변호사비용에 대한 부담도 적지 않게 됩니다. 경우에 따라 2~3,000만 원이 나오는 때도 많으므로 항소 여부에 매우 중요한 고민거리는 소송비용의 문제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물론 형사재판은 소송비용 부담이 없으므로 별개)
3) 그러므로 일단 제1심 판결문을 가지고 담당 변호사님과 심도 있는 논의를 하는 게 맞습니다.
나. 소송기록이 너무 많다(복잡한 쟁점 多).
1) 재판이 꽤 오래 소요되었고, 누가 보더라도 쟁점이 지나치게 많고 복잡한 사건의 경우 항소심을 맡는 것이 사실상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입니다. 또한, 의뢰인 입장에서는 이미 제1심에서 상당한 변호사비용을 지출하였기 때문에 항소심에서는 다소 적은 금액을 지급하려는 경향이 있는 반면 이러한 사건을 새롭게 맡은 입장에서는 처음부터 사건을 정리하는 것이 곤욕스러울 수밖에 없는데요.
2) 고용변호사로서 근무할 때 이런 경험이 종종 생깁니다. 현재 저희 로펌은 재판 기록을 주로 전자기기를 이용해서 보는데, 당시만 하더라도 출력된 ‘종이’를 검토하는 일이 보통이었습니다. 그런데 의뢰인이 매우 두꺼운 자료를 들고 항소심 선임을 물어보시면 먼저 가슴이 막힐 때가 많습니다. 이때는 기록을 꼼꼼하게 검토하는 것이 생각만큼 쉽지 않고, 특히 해당 사건을 이미 진행한 변호사님이 작성한 서면으로 인하여 선입견이 생기기도 하는데요.
3) 그렇기 때문에 지나치게 복잡한 사건을 아예 새로운 로펌에서 진행하실 생각이시라면 먼저 상당한 수임료를 부담하겠다는 것이 전제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냉정한 얘기지만. 또한, 변호사가 계속해서 의문을 가지는 상황에 대하여도 서로 체크해서 찾아보는 일이 필요합니다. 요컨대, 사건을 맡겼다는 이유로 내 기록을 등한시하기보다 오히려 제1심 진행할 때보다 더욱 꼼꼼하게 내용을 살펴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 제1심에서 제대로 된 증거신청이 안 되었을 때 -> 특히 이혼사건
다음으로 많이 보이는 케이스는 제1심에서 증거신청이 잘 되어 있지 않은 사례입니다. 이는 주로 이혼소송에서 많이 보여지는데요. 물론 다 같은 ‘이혼전문변호사’라는 타이틀로 홍보를 하기는 하지만, 실제 내 재판을 진행하는 변호사님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보통 이혼소송에서는 상대방 재산에 대한 금융거래정보조회제출신청과 사실조회신청, 감정신청 등이 있는데요. 이를 완전히 누락하는 사례도 보이며 혹여는 일부만 신청한 케이스도 있습니다.
이렇듯 자꾸만 늦어지는 증거신청은 그만큼 내 재판에 대한 집중도가 떨어지는 것으로 볼 여지도 있는 것입니다.
3. 이럴 때는 바꾸지 않는 게 좋다
가. 제1심 승소 + 심리적으로도 만족
너무나 당연한 상황입니다. 제1심 재판에서도 원하는 결과를 얻었고, 그 과정에서도 변호사와 원활한 소통이 있었을 경우에는 그대로 유지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이 케이스는 크게 문제 되지 않아 보입니다.
나. 패소했지만 방향성 제시
소송은 막상 진행해보면 처음 생각과 다르게 흘러가는 때도 있습니다. 특히 의도적이었든 의도적이 아니었든 고객으로부터 전달받지 못한 증거가 재판 과정에서 현출되기도 하며, 한편 현재 보유하고 있는 증거만으로는 소명이 부족하다는 재판부의 판단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때 담당 변호사님이 이 재판을 못 하겠다, 또는 판사님의 결정이 이렇다는 식으로 답하지 않고, 구체적인 방향성을 제시한다면 다시 한번 항소심도 함께 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그 방향성을 보여드리기 위해서 해당 사건에 대한 계속적인 연구와 관찰이 있기 때문에 새로운 변호사님보다 더욱 전문성을 갖출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 복잡한 사건
쟁점이 많고 시일이 오래 걸린 사건은 서두 말씀드린 것처럼 새로운 변호사님 역시 동일한 결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므로 이때에도 만일 변호사 바꾸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면 저는 다시 한번 고민해보시기를 요청드립니다.
4. 이때는 고민해보자
가. 재판 과정에서 소통 문제
최근 들어 변호사와 의뢰인 관계에서 가장 중요시되는 것은 소통과 신뢰의 문제로 보여집니다. 물론 변호사님도 업무시간과 개인 시간이 나뉘어 있는 만큼 수시로 혹은 늦은 시각에 통화하는 것은 어렵겠지만, 적어도 재판 당일 혹은 선고 전후를 앞두고 재판의 결과나 향후 방향성에 대한 대화 조차 어렵다면 이때는 개임을 고려해볼 필요도 있어 보입니다.
나. 담당 변호사님의 잦은 교체
하나의 로펌 안에서도 내 사건의 담당 변호사님이 자주 변경된다면, 이때도 마찬가지로 고민의 필요가 있다고 생각되는데요. 쟁점이 복잡한 사건에 대한 항소심 변호사 선임보다 오히려 해당 케이스는 더욱 중요한 부분일 수 있습니다.
다. 늦은 서면 제출과 증거신청
최근에는 의뢰인이 직접 대법원 나의 사건 검색을 통하여 사건의 진행 상황을 살피는 일도 증가하고 있는데, 어떤 측면에서는 가장 중요한 고려 요소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지속적으로 늦어지는 서면 제출입니다.
5. 결 어
해당 주제는 본인의 개인적인 생각에 터 잡은 것이므로 일반화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변호사 선임 혹은 개임을 생각하고 있으신 분들이 한번 참작 요소로 봐주셔도 좋을 듯 합니다.2023-11-284,132남편이 소장을 보내왔다면 그 대응책은?
남편이 소장을 보내왔다면 그 대응책은?
1. 서론
본 내용은 바람 핀 남편이 이혼을 요구할 수 있을까? 그리고 실제 이혼소송의 결론은 어떻게 될까? 에 대한 시리즈물로 편성되어 있어, 남편이 보낸 소장을 받아본 아내의 입장에서 어떤 대응이 좋을지 포스팅하려고 합니다.
다만 해당 내용은 반드시 부정행위 피해자 아내가 취해야 하는 전략에 한정되는 것은 아니며, 기본적으로 이혼을 원치 않는 상황에서 소장을 받게 된 다음의 대응책이라는 점은 동일하다는 것을 기억해주시면 좋을 듯합니다.
요컨대, 해당 포스팅은 크게 어떤 전략으로 이혼을 기각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내용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2. 답변서 작성 시 반드시 주의할 점
가. 유책주의 파탄주의는 무의미하다
1) 지난 포스팅 내용대로, 유책주의냐 파탄주의냐 하는 것들은 결국 강학상 논쟁에 불과합니다. 이를테면 조선 시대 노론이 맞냐 소론이 맞냐와 다를 바 없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이혼이라는 것은 단순히 어떤 이론이나 정책에 터 잡아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 한 가정을 유지하는 것이 옳은지 혹은 가정을 청산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한지 그 당사자 입장에서는 현실이자 매우 뼈아픈 고통이 담겨져 있기 때문입니다.
2) 그러한 상황에서 단순히 원고가 유책배우자이니까 이혼 청구는 무조건 기각된다는 주장은 그 재판 실무를 전혀 고려하지 못한 허상에 지나지 않는 것입니다.
3) 따라서 인터넷이나 주변 지인으로부터 유책배우자 = 이혼 X 라는 조언은 실상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입니다. 그에 앞서 내 가정을 지키는 것이 나와 아이들을 위하여 나은 일일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더 현실적일 수 있습니다.
나. 감정을 배제하자
1) 모순일 수 있습니다. 남편으로부터 이혼을 강요받는 상황에서 재판 과정에 감정을 배제하고 소송에 임하는 것이 가능할까? 결론은 그래야만 한다는 것입니다.
2) 2022년 나온 대법원판결 이전에도, 유책배우자의 이혼 청구임에도 불구하고 이혼이라는 결론을 도출한 예외 케이스가 바로 감정적인 대응으로만 일관하는 피고의 성향 때문이었습니다. 남편과 같이 잘살아 보겠다는 것이 아니라 내가 누구 좋으라고 이혼을 해주지? 그X이랑 사는 건 두보 못 보겠다는 생각을 마음속으로 할 수 있지만, 이것이 재판부에까지 전달될 경우 법원으로서는 혼인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3) 실무에서는 부부 상담이나 가사조사 과정에서 이러한 감정이 표출될 경우 오히려 아내에게 불리하게, 즉 이혼에 동의하는 것으로 간주하는 때도 적지 않다는 점을 계속해서 기억할 필요는 있습니다.
다. 현실적으로 내가 처한 상황은
이혼은 냉정한 현실입니다. 내가 왜 이혼을 당해야 하지? 나는 피해자에 불과한데? 라는 생각은 현 상황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일단 재판이 시작된 이상 어떤 형태로든 결론은 날 것이며, 만일 제1심 법원에서 이혼하라는 결정을 내릴 경우 항소심이나 대법원에서 그 결과가 바뀔 가능성은 크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로, 이혼전문변호사 입장에 저는 그에 맞는 처방을 내리려고 노력합니다. 비록 마음이 아플 수 있지만, 의뢰인을 위해서는 솔직하게 답을 해드리는 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며 그 과정을 오랫동안 지켜봐 왔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 재산분할에서 내 기여도보다 높은 비율로 차지하는 것이 어떤 때는 더욱 실리를 챙기는 것이자, 최악의 상황을 예방하는 하나의 방법일 수 있습니다. 자녀들에 대한 양육비 산정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3. 결어
이혼소송은 본인뿐만 아니라 소송대리인 역시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특히 법원에서 이혼 청구 자체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보이는 사건에서, 반면 아내(혹은 남편도 마찬가지)가 이혼을 희망하지 않을 때 더욱 그렇습니다.
매우 지나치게 현실적이자 냉정한 재판의 세상이라는 점을 감안하여,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하는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2023-11-27206바람 핀 남편이 소장을 보내왔다면? 2탄 – 유책주의와 파탄주의
바람 핀 남편이 소장을 보내왔다면? 2탄 – 유책주의와 파탄주의
지난 포스팅에서는 강학상 논의라고 할 수 있는 유책주의와 파탄주의가 무엇인지, 그리고 현재 대법원은 어떠한 견지에서 판결을 내리고 있는지에 대하여 알아보았습니다.
특히 2022년 선고된 대법원판결에서는 기본적으로 유책주의 입장을 버리지 않겠다면서 몇 가지 예외요건을 충족할 경우에는 비록 유책배우자의 이혼 청구일지라도 인용되어야 함을 설시하였는데요. 이는 과거 이론적인 영역에서 예컨대, 단지 오기나 보복의 감정으로 이혼을 원치 않을 경우에는 혼인 관계가 파탄에 이른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문장에서 매우 구체화 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실제 이혼소송에서는 이러한 사례가 자주 발생하는지, 또한 이혼전문변호사로서 해당 사건을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 그 전략과 성공사례를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오늘의 사례는 남편이 바람을 피우고 집을 나간 후 아내에게 이혼 소장을 보내온 사실관계를 전제로 하겠습니다(반대의 케이스도 있지만 해당 사례는 단지 이해의 편의를 위한 점임을 양해 부탁드립니다).
[사실관계]
1) 남편은 아내와 결혼한 지 10년이 되었고, 그 사이에 아들 1명(8세)과 딸 1명(6세)가 있음
2) 부부는 육아 문제로 혼인 초부터 갈등이 있었고 자연스럽게 부부관계도 하지 않게 됨
3) 아내는 혼자서 2명의 아이를 돌보는 일로 몸과 마음이 힘든 상태였음
4) 남편 역시 홀로 외벌이를 하다 보니 직장 내 스트레스나 잦은 야근과 출장으로 예민해진 상황임
5) 부부는 육아나 집안일로 자주 말다툼이 있었고 어느 순간부터 대화조차 하지 않게 됨
6) 남편은 직장동료(여성)과 업무적으로 친해지게 되면서 식사를 하게 되었고 이후 급속도로 관계가 발전하여 불륜으로 이어짐
7) 자연스럽게 남편은 아내와의 이혼을 생각하게 되고 협의이혼을 요청하였으나 아내는 아이들이 어리다는 이유로 거절함
이러한 사례는 전혀 극단적인 내용이 아닙니다. 주변에서 흔히 발생하는 사안이며, 적어도 이혼전문변호사로서 전문적인 상담을 진행하다 보면 매우 유사한 사실관계로 오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물론 그러한 분들은 본인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이혼소송과 상담을 하면서 느낀 점은 과연 불륜이라고 하는 하나의 사건으로 혼인 관계가 파탄에 이르렀다기보다는 위 사안처럼 이미 불협화음이 있던 상황에서 마침내 그러한 관계까지 발전하는 일이 대부분이라고 생각됩니다.
일단 위 사실관계를 기준으로, 이혼이 될까 아니면 유책배우자의 이혼 청구이니까 기각될까?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여기에 대한 저의 답은 이혼이 될 수 있다, 이혼이 될 가능성이 높다 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여기에는 저 나름의 전략이 있는데 오늘 한번 공개해보도록 하겠습니다.
1) 먼저 소장 작성 시 주의할 점
일단 이혼 소장에 들어갈 내용은 보통 유책사유, 위자료, 재산분할, 친권 양육권에 대한 내용으로 정리할 수 있는데. 이러한 케이스에서는 소장에 이혼을 원한다는 주장만 간략히 한 후 피고 즉 상대방 배우자인 아내가 이혼에 동의한다면 재산분할에서 상당한 협의를 할 의사가 있다는 점을 기재합니다. 그리고 이때 주의할 점은 현실적으로 아이를 키울 능력이 다소 적을 수 있더라도 아빠로서 친권 양육권을 가져오고 싶다는 의사를 명확하게 밝히도록 합니다. 또 한 가지 엄마가 양육권을 양보해줄 수 있다면 양육비를 받지 않을 계획이고 면접교섭은 엄마니까 편한 시간대에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협조하겠다는 점 역시 적어줘야 합니다.
2) 소장을 받은 뒤 아내의 행동
자 이렇게 소장이 아내에게 전달되고 나면 크게 2가지 시나리오가 예상되는데요. 첫 번째 아내도 이혼소송(반소)을 진행하는 경우가 있을 것입니다. 이때는 오히려 남편 입장에서는 매우 손쉽게 이혼이 된다고 볼 수 있는데요, 아내가 반소장을 통하여 이혼 의사를 표현한 이상 법원에서는 향후 반소를 취하하더라도 이혼의 성립이라는 결론에서만큼은 분명한 판단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반면 두 번째 아내가 이혼을 원치 않는다고 의사만을 고집하는 경우입니다. 이번에는 어쩔 수 없이 재판에서 입증을 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어떤 입증이냐면 혼인 관계가 완전히 파탄되어 더는 회복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점을 증명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부분은 이어질 재판 과정으로 설명드립니다.
3) 재판 과정에서의 구체적인 전략
이때는 1회 조정기일에서 위 소장 내용처럼 재산분할부터 모든 내용을 양보해야겠다는 전략을 기초로 하되, 만일 그럼에도 아내가 이혼만큼은 못하겠다고 할 경우 부득이 부부 상담 절차를 진행할 수 있도록 법원에 요청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예정된 부부 상담 절차를 앞두고 처음 간략히 기재한 소장과 달리 아내와의 갈등 과정을 매우 상세히 적은 서면을 제출하게 되는데요. 이를 받아본 아내 입장에서는 분명 화가 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남편이 바람을 피운 것도 부족해 이혼소송을 하더니 이제는 모든 책임이 아내에게 있다는 주장을 하니까 이는 누구라도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되는데요.
오히려 이 점이 원고가 노리는 요소입니다. 감정적으로 분노하게 되고 화가 치민 아내는 부부 상담 과정에서 서로 헐뜯고 비난하는 말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되고, 이는 자연스럽게 상담관에 의하여 해당 부부의 다툼이 지속되어 관계가 회복되기는 어렵다는 내용의 보고서가 작성되는 일로 이어집니다.
그리고 이는 비록 원고가 유책배우자이기는 하나, 피고 역시 혼인 관계를 유지할 의사가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어 본 예시에서도 결국에는 이혼 청구는 받아들여지게 되는 것입니다.
4) 법원의 조정
위와 같은 사안은 최종적으로 법원의 조정절차를 통하여 종결될 것으로 보이며, 다만 원고에게도 일종의 불이익이 작용되어 재산분할이나 양육비 부분에서 일부 손해를 감수할 수밖에는 없을 것입니다.
어떻습니까?
어떤 사유로든 이혼소송이 시작되었고, 반대로 이혼을 원하지 않는 입장이라면 그 순간부터는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를 조심할 수밖에 없습니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이혼 소장을 받은 아내가 해야 하는 점, 주의해야 하는 점에 대하여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2023-11-08223유책 배우자는 이혼청구를 할 수 없을까? 1탄 – 유책주의와 파탄주의
유책 배우자는 이혼청구를 할 수 없을까? 유책주의와 파탄주의
안녕하세요 박종현 변호사입니다. 법률상담을 하다 보면 재판 실무와 온라인상에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정보들과 괴리되는 내용이 많습니다.
그 중 오늘은 이혼소송과 관련하여 이른바 유책주의와 파탄주의에 대한 오해를 해소해 보려고 하는데요, 일단 유책주의는 혼인 관계 파탄에 책임이 있는 사람만이 원고가 될 수 있고, 반면 유책 배우자는 이혼 청구를 할 수 없다는 이론적인 입장입니다.
법적인 영역을 떠나 잘못한 사람이 상대방 배우자를 축출하는 형태가 될 수 있다는 점, 나아가 전통적으로 우리나라는 경제력을 남성이 가지고 있다 보니 쉽게 말해 새로운 여자와 재혼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조강지처를 내쫓는 일이 있었고 이에 유책주의를 기본으로 채택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입니다.
한편 최근에는 계속해서 우리 법체계도 파탄주의를 취하는 것이 아닌지 하는 의문이 있는데요. 여기서 파탄주의란 누가 잘못했는지를 떠나 이혼 자체만큼은 부부가 혼인 관계를 지속하려는 의사가 없고 실제 혼인의 실체가 없다면 이혼이라는 결론을 내야만 한다는 입장입니다.
과연 어떤 입장이 더 타당한 것인지는 가치관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을 텐데요. 유책주의만을 고수할 경우 실질적인 혼인 생활이 없음에도 서류상으로만 부부로 남아 있는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고, 파탄주의를 전면 취하게 되면 경제적으로 여력이 부족한 사람은 원치 않는 이혼을 수용해야만 하는 현실에 놓이게 됩니다.
그렇다면 각급 법원의 수장이라 할 수 있는 대법원은 어떠할까. 대법원은 기본적으로 부부간의 혼인 관계에 있어서 그 파탄의 책임이 있는 배우자의 이혼 청구를 허용하지 않는 유책주의를 고수하고 있다고 평가받습니다. 특히 2015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많은 이슈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기존 판례의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유책 배우자의 이혼 청구를 허용하는 예외사유를 확대하였는데요. 지난해인 2022. 6. 16. 선고된 대법원 2021므14258 판결의 경우 이혼을 거부했던 아내가 재판 과정에서도 남편을 지속적으로 비난하였음을 이유로 혼인 관계 회복을 위한 노력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예외적으로 이혼 청구가 받아들여졌습니다.
구체적으로 위 대법원 판결의 사실관계를 요약하자면, ① 종전에 부정행위를 한 남편이 아내를 상대로 한 이혼 청구는 기각되고 확정, ② 이후에도 아내는 남편에게 바람 핀 것을 계속 비난함으로써 다툼이 지속, ③ 그로 인하여 재판 후에도 별거 생활, ④ 남편은 재차 이혼소송을 하였는데 아내는 배우자의 유책성에 대한 비난과 함께 재산분할에 대한 전면적인 양보만을 요구하였던 사건 입니다.
결국, 재판부는 이미 쌍방의 혼인 관계가 와해되었고 도저히 회복될 가능성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으며 심지어 상대방 배우자에 대한 금전적인 보상과 설득도 불가능해진 상태에 이르렀다면서 종전 이혼소송의 변론 종결 당시 현저하였던 남편의 유책성은 희석되어 이제는 남아 있지 않다고 보았던 것입니다.
물론 해당 사건은 남편이 남은 가족들에 대한 적정한 범위의 재산분할이 전제되었던 점도 간과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위 대법원 판결을 획일적으로 모든 사건에 적용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이혼전문변호사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제 입장에서 볼 때 이미 유사한 방식으로 다수의 이혼 전략 을 세워왔으며 실제 대부분의 사건에서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도대체 유책주의라는 기본 틀 안에서 저는 어떤 방식으로 유책 배우자임에도 이혼 청구가 가능했는지에 대하여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다만 본 내용이 결코 부정행위를 장려하는 것은 아님을 밝힙니다.
2023-11-07237소방 기본법
언론에서는 마치 2018. 6. 27. 개정 소방기본법으로 인하여 마침내 소방자동차의 통행이나 소방활동에 장해가 되는 경우 강제처분이 가능해졌다는 취지로 설명하고 있으나, 이러한 언론 보도하는 달리 개정되기 이전에도 이와 같은 강제처분 및 그 면책가능성에 대한 내용은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개정 전 소방기본법 제25조 제4항 본문은 강제처분으로 인하여 손실을 입을 경우 시,도지사에게 그 손실보상을 청구할 후 있되, 다만 단서에서 법령을 위반하여 소방자동차의 통행이나 소방활동에 방해가 된 경우 시,도지사는 손실을 보상하지 않아도 된다고 규정하고 있었습니다.
결국 개정법은 위 제25조 제4항 전체를 삭제하였을 뿐인데요, 삭제된 조항에서도 시,도지사의 면책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어 실질적으로 개정 전과 후의 차이가 거의 없습니다.
문제는 소방기본법 제25조는 오로지 시,도지사의 손실보상 면책에 대한 것에 불과하며 해당 출동소방관의 면책에 대하여는 아무런 내용도 정하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그로 인하여 예컨대, 방해차량의 소유자가 소방관을 상대로 차량 손실에 대한 손해배상을 요구할 경우 해당 소방관은 자신의 무과실을 입증하지 못하는 한 손해배상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됩니다.
특히 구조활동 중 발생한 교통사고에 대하여 소방관에게 책임을 물은 사례, 화재가 진압된 이후 피해가 크다며 손해배상을 요구한 사례 등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 현실을 고려한다면, 불법주정차 차량을 불도저로 밀 듯이 지나가는 것은 영화에서나 가능한 시나리오일 뿐입니다.
요컨대, 진정한 의미에서 소방기본법을 개정하려면 시,도지사의 면책에 대한 내용이 아닌 "출동 소방관의 면책"에 대한 내용이 반드시 포함되어 있었어야 합니다.
반면, 이를 너무 강조할 경우 사익의 침해를 피할 수 없기에 적절한 수준의 조화 또한 중요한 가치입니다.
소방관을 위하여 각 시,도마다 자체적으로 법률지원을 하기도 하며, 대한변호사협회 역시 2017년부터 소방관법률지원단을 운영하고 있으나 실제 이들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지금까지 소방기본법의 강제처분 가능성과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법적 문제점을 살펴보았으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불법주정차를 강력히 금지해야 할뿐더러 그에 앞서 성숙한 시민의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2020-05-24133돈으로 위대한 정신을 만들 수 있을까
2008년 UAE의 왕자 만수르는 보잘 것 없던 영국의 중소축구구단인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를 인수한다. 당시 대부분의 영국 사람들은 역사 깊은 구단이 돈 많은 중동 부자들의 장난감으로 전락한 사실을 자책하였고, 그 유명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전 감독 알렉스 퍼거슨 경 역시 맨시티를 “시끄러운 이웃”이라고 폄하하며 상대방을 무시하려 하였다.
그러나 이들의 평가는 무색하게 이후 10여년의 시간이 지난 현재 시점에서, 적어도 맨체스터 내에서만큼은 아니 오히려 전 세계적으로도 맨체스터의 주인은 맨유가 아닌 맨시티라는 사실을 부인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특히 이는 펩 과르디올라가 맨시티의 수장이라는 점에서 향후 맨시티와 맨유의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임이 자명한 사실이라 하겠다. 이와 같이 맨시티가 나름대로의 성공을 거두자 다른 중동 부자인 카타르 투자청은 만수르가 부러웠던지 인수하고자 하는 축구 구단을 물색하였고, 마침내 카타르 투자청은 2011년 프랑스의 파리 생제르망을 인수하게 된다.
그리고 카타르 투자청은 파리 생제르망에 대한 아낌없는 투자를 한 끝에 마침내 지난 2017년에는 스페인의 거함 바르셀로나로부터 새로운 축구황제가 유력한 브라질의 네이마르를 영입하였으며, 같은 해 모나코FC로부터는 킬리안 음바페까지 임대 영입함으로써 공격진의 스쿼드 만으로는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르게 된다.
그럼 과연 맨시티와 파리 생제르망의 과감한 투자는 전적으로 성공을 불러 일으켰을까? 이러한 전제는 일단 성공의 개념을 해석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보통 자국 리그의 우승을 일차적인 성공이라고 한다면, 궁극적으로는 세계최고의 구단이 되는 것, 바로 챔피언스 리그에서 우승컵을 차지하는 것이야말로 최고 수준의 성공이라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우연의 연속인지도 챔피언스 리그에서만큼은 레알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바이에른 뮌헨, 리버풀 등 전통적인 명문 구단들이 지속적으로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반면, 앞서 언급한 신흥강호인 맨시티, 파리 생제르망은 4강 무대에 합류하는 것조차 버거운 실정이다(물론 향후 10년, 혹은 20년이 지난 시점에서도 여전히 전통의 강호들이 계속하여 챔피언스 리그를 독점할 것인지는 의문이라 하겠다).
이러한 사실들을 토대로 현재 시점에서 냉정하게 평가한다면 알렉스 퍼거슨 경의 “돈으로 성공을 살 수는 없다.”는 명제는 타당할지 모른다. 그런데 실제 사실관계를 조금만 들여다보면 위와 같은 명제에 오류가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먼저 레알 마드리드는 2000년 초반 이른바 ‘은하수’라는 의미의 갈락티코를 운영하기 위하여 천문학적인 이적료를 쏟아 부은 끝에 지단, 호나우두, 피구, 베컴 등 다수의 스타플레이어들을 영입하였으며, 바르셀로나 역시 축구의 신 메시를 제외한 주전 선수들 대부분을 타 구단들로부터 고액의 이적료로 영입하였던 결과 지금의 성공을 이끌었던 것이다.
물론 그 외에 바이에른 뮌헨, 리버풀 역시 마찬가지이며 하다못해 위대한 알렉스 퍼거슨 경 또한 맨유 사령탑에 있을 당시 웨인 루니, 리오 퍼디난드 등 유망주에 불과한 선수들에게 수백억 원에 이르는 이적료를 거침없이 사용하였으며 당시 영입된 선수들은 큰 성공을 보장해주었다. 결국 이러한 역사에 비추어 봤을 때 현재의 맨시티, 파리 생제르망을 비웃는 사람들은 결코 과거 낭만에 젖어 살기를 희망하는 것이 아닌 오히려 비관적인 현실을 애써 못 본 채 하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 오늘날 사회에서 자본이 가지는 힘은 무시할 수 없다. 아니 오히려 매우 절대적인 영향력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반면 자본의 힘이 위대하기는 하나, 우리는 가령 손수레 할머니를 돕다 불의의 사고로 숨진 청년의 이야기 등과 같이 이성적으로, 그리고 논리적으로는 도저히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사건들을 종종 접하게 된다. 물론 이들은 일반적이지 않기에 매우 당연히도 뉴스로만 만날 수 있는 것이 안타깝지만 말이다.
우리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자본주의의 힘은 매우 막강했고 오늘날에도 여전하다. 자본주의는 분명 인류 역사의 발전에 매우 큰 공헌을 한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자본주의가 가지는 근본적인 맹점은, 애초 인간이 자신들의 필요에 의하여 자본을 형성하였으나 이내 그렇게 형성된 자본이 인간을 지배하기 시작하였다는 것이다.
자본주의는 팽창을 추구하고 수축을 두려워한다. 그렇기에 자본주의는 본질적으로 끊임없는 시장개척과 소비확장을 목표로 하며, 그러한 과정 중에 많은 것들을 희생하게 된다. 그리고 어쩌면 그렇게 희생된 것이야 말로 고귀하고 존중받을만한 가치 있는 것은 아닐까. 해외축구 시장은 자본주의의 양극화를 여실히 보여준다.
앞서 언급한 신흥 강호인 맨시티, 파리 생제르망은 자신들의 부족한 전통을 이유로 보다 높은 가격에 선수들을 영입하려고 할 것이고, 반면 전통의 강호들 역시 이들에게 뒤처지지 않기 위하여 점점 많은 이적료를 지급하려고 한다. 한편 유소년 축구시스템 등 자본과 거리가 멀수록 우리들의 관심에서는 멀어질 것이다.
그렇게 해외축구 시장이 팽창할수록 스포츠의 본질과는 조금씩 멀어질 것임이 분명하고, 나중에는 스포츠 고유의 위대한 정신마저 온전히 상실하는 것은 아닐까 두려운 마음이 앞선다. 돈은 성공을 가져올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기는 하나, 유일한 요인은 아니다. 이제는 우리도 차분히 자본주의 시대에 놓인 참담한 현실을 직시하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하여 곰곰이 생각을 하고 조정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2019-06-121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