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대전투데이
대전부동산전문변호사 "다음 세입자가 들어와야 보증금을 돌려줄 수 있습니다" 정말 맞는 말일까요?
2026-07-28
"다음 세입자가 아직 안 구해졌습니다. 새로 들어오는 사람이 계약하면 그때 보증금을 드리겠습니다."
임대차계약 만료를 앞두고 세입자들이 가장 자주 듣는 말 중 하나입니다. 계약 만료일은 다가오고 이사도 준비해야 하는데, 집주인은 다음 임차인이 들어와야 보증금을 돌려줄 수 있다고 말합니다. 세입자 입장에서는 새집 잔금을 치르거나 이사 비용을 마련해야 하는데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난감하고, 집주인은 당장 반환할 자금이 없다는 사정을 설명합니다. 이렇게 서로 다른 사정이 부딪히면서 갈등은 좀처럼 쉽게 풀리지 않습니다.
그럴 때마다 세입자들은 집주인의 사정도 이해해야 하는 게 아닐까 고민하게 됩니다. 실제로 새로운 임차인의 보증금으로 기존 세입자의 보증금을 돌려주는 방식이 오랫동안 관행처럼 이어져 온 것도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현실에서 흔하다는 것과 법적으로 정당하다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이런 관행이 굳어진 데에는 우리나라 전세 제도의 구조적인 특성도 한몫합니다. 많은 임대인이 보증금을 별도로 보관해두기보다는 매매대금의 일부로 활용하거나 다른 곳에 투자해둔 상태이기 때문에 계약 종료 시점에 목돈을 곧바로 마련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다음 세입자의 보증금이 들어와야 비로소 기존 세입자에게 돈을 돌려줄 수 있는 구조가 자연스럽게 반복되어 온 것입니다. 다만 이런 구조적인 사정이 있다고 해서 세입자가 그 위험을 대신 떠안아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원칙적으로 임대차계약이 종료되면 임대인은 임차인이 목적물을 반환하는 것과 동시에 보증금을 반환해야 합니다. 법에서는 이를 동시이행 관계로 봅니다. 세입자가 집을 비워주었다면 집주인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보증금을 돌려줘야 하며, 다음 임차인이 아직 구해지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반환을 계속 미룰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음 세입자를 구하는 일은 임대인이 부담해야 할 영역이지, 기존 세입자가 그 부담을 대신 짊어져야 할 이유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실제 분쟁에서는 여기에 원상복구 문제가 함께 얽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집주인이 벽지나 장판, 못 자국 같은 생활 흔적을 이유로 수리비를 공제하겠다고 하면서, 그것을 이유로 보증금 반환 자체를 늦추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수리비를 둘러싼 다툼이 있다고 해서 그 수리비가 곧바로 세입자의 부담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법원은 원상복구 문제를 판단할 때 통상적인 사용에 따른 마모와 임차인의 책임으로 발생한 손상을 구분합니다. 오랜 거주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생긴 벽지 변색이나 가구 자국은 통상적인 마모로 보고, 못을 과도하게 박아 벽을 훼손했거나 고의·부주의로 생긴 손상은 임차인의 책임으로 봅니다. 결국 수리비 부담 여부는 손상의 원인이 자연스러운 사용에 있는지, 그 범위를 벗어난 훼손에 있는지에 달려 있을 뿐, 집주인이 수리비를 요구한다는 사실만으로 정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원상복구 비용에 다툼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보증금 전액 반환을 계속 미루는 것이 언제나 정당화되지는 않습니다. 실제 손상 여부와 수리비의 범위는 원상복구라는 별도의 절차를 통해 가려야 할 사안이지, 보증금을 돌려줘야 하는 의무와는 구분해서 다뤄야 합니다.
그렇다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채 이사 날짜가 다가올 때, 세입자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이런 상황일수록 법적 절차부터 서둘러 챙겨야 하며, 가장 먼저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해 기존의 권리를 유지해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등기가 완료되기 전에 이사부터 해버리면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잃어 보증금을 돌려받을 순위 자체가 밀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반환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지급명령이나 보증금반환청구소송 등 상황에 맞는 절차를 검토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입주 당시와 퇴거 당시 집 상태를 사진이나 영상으로 남겨두었다면 원상복구를 둘러싼 다툼이 함께 벌어지더라도 유리한 증거로 쓸 수 있습니다.
임대차 분쟁은 계약이 끝난 뒤 갑자기 생기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계약을 체결하는 순간부터 이미 시작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계약이 종료됐는데도 "다음 세입자가 들어오면 보증금을 돌려주겠다"는 말만 믿고 기다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현실에서는 흔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그것이 곧 법에서 정한 기준은 아닙니다. 보증금 반환이 늦어질 조짐이 보인다면 자신의 권리가 무엇인지 먼저 확인하고 필요한 절차를 미루지 않는 것이 불필요한 분쟁을 줄이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