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대전투데이
대전형사전문변호사 가족 대신 계약서에 서명하면 사문서위조일까요?
2026-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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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나 부모·자녀 사이에서는 서로의 서류를 대신 작성하는 일이 있습니다. 바쁜 가족을 대신해 계약을 처리하기도 하고, 맡아두었던 도장을 꺼내 찍기도 합니다. 평소에도 해왔던 일이라 대수롭지 않게 여기지만, 나중에 계약 내용에 다툼이 생기면 대신 서명한 일로 형사고소까지 당할 수 있습니다. 가족이라고 해서 다른 사람 명의의 계약서를 마음대로 작성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사문서위조죄에서 중요한 것은 직접 글씨를 쓴 사람이 누구인지보다, 그 사람 명의로 문서를 작성할 권한이 있었는지입니다. 형법 제231조는 행사할 목적으로 권리·의무 또는 사실증명에 관한 타인의 문서를 위조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계약서나 차용증처럼 돈을 주고받거나 책임을 부담하는 근거가 되는 서류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남편이 계약 내용을 확인하고 아내에게 자신의 이름으로 서명해 달라고 부탁했다면, 아내가 대신 서명했다는 이유만으로 사문서위조가 되지는 않습니다. 반면 그런 권한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상대방에게 제출하기 위해 남편 명의의 계약서를 만들었다면 사문서위조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부모 명의의 계약서를 자녀가 대신 작성할 때도 같은 기준이 적용됩니다. 승낙을 받았다고 해서 반드시 위임장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말이나 문자로 허락할 수도 있고, 그동안 일을 처리해 온 방식이나 당시의 행동을 통해 묵시적인 승낙이 인정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평소 가족의 일을 대신해 왔다는 사실만으로 모든 계약을 허락받았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명의자에게 이익이 되는 계약이었다는 설명만으로도 부족합니다. 도장을 맡아 보관하고 있었다면 더욱 혼동하기 쉽습니다. 도장을 가지고 있으니 필요할 때 사용해도 된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도장을 보관하도록 맡긴 것과 그 도장으로 계약을 체결하도록 허락한 것은 다릅니다. 평소 생활비 관련 서류를 처리해 왔더라도 배우자 명의로 돈을 빌리거나 보증을 서는 계약까지 마음대로 작성할 수는 없습니다. 계약서 작성을 허락받았더라도 어디까지 맡겼는지가 중요합니다. 보증금 1억 원의 임대차계약을 부탁받고 임의로 금액을 높이거나, 동의받지 않은 보증 약정을 넣었다면 처음에 허락받았다는 사실만으로 해결되지 않습니다. 계약의 종류와 금액, 주요 조건 가운데 어느 부분까지 동의받았는지를 구체적으로 살펴야 합니다. 일단 서명한 뒤 나중에 설명하면 된다는 생각도 위험합니다. 작성 당시 권한이 없어 사문서위조죄가 이미 성립했다면, 이후 명의자가 계약을 받아들였다고 해서 범죄가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위조한 계약서를 진정한 문서처럼 상대방에게 건넸다면 위조사문서행사죄도 성립할 수 있습니다. 이런 다툼을 줄이려면 서명하기 전에 계약서 초안을 보내고, 해당 조건으로 대신 작성해도 되는지 답변을 받아두는 것이 좋습니다. 단순히 계약을 알아봐 달라는 부탁과 최종 계약서에 서명해도 된다는 허락은 구분해야 합니다. 위임장을 쓴다면 계약 대상과 맡기는 업무의 범위를 명확히 적어두는 편이 좋습니다. 계약 상대방에게 대리로 작성한다는 사실을 알리고, 계약서에도 본인과 대리인을 구분해 표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대리인이라고 적기만 하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 권한 없이 대리인 자격을 내세워 문서를 작성하면 별도의 형사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이미 다툼이 생겼다면 계약서와 함께 작성 전후에 주고받은 문자나 카카오톡, 위임장 등을 확인해야 합니다. 도장을 어떤 이유로 전달받았는지, 명의자가 계약 내용을 알고 있었는지, 어떤 조건까지 동의했는지를 보여주는 자료가 중요합니다. 가족 대신 계약서에 서명하는 것 자체가 불법은 아닙니다. 해당 계약의 내용과 조건에 대해 대신 서명하도록 허락받았는지가 핵심입니다. 도장을 맡아두었거나 평소 가족의 일을 대신해 왔더라도 이번 계약까지 허락받은 것은 아닐 수 있습니다. 서명하기 전 계약 내용을 보여주고 동의를 받아두는 것이 불필요한 형사분쟁을 예방하는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