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생활 10년이 넘은 한 부부가 있었습니다. 아내는 오랜 갈등 끝에 더 이상 혼인생활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이혼을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남편의 입장은 단호했습니다.
"나는 이혼할 생각이 없다."
두 사람은 이미 대화가 거의 단절된 상태였고, 부부관계도 오래전에 중단되었습니다. 결국 아내는 집을 나와 별거를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이혼소송이 시작되자 남편은 법원에서도 같은 입장을 반복했습니다.
"저는 가정을 지키고 싶습니다."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이혼하면 안 됩니다."
"다시 잘해볼 생각이 있습니다."
아내는 걱정하기 시작했습니다. "상대방이 이렇게까지 이혼을 거부하면 법원이 이혼을 안 시켜주는 것 아닐까요?" 실제 이혼 상담에서 상당히 자주 받는 질문입니다.
이혼을 거절한다는 말만으로 이혼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먼저 현실적인 이야기부터 해보겠습니다. 한쪽 배우자가 이혼을 원하고 다른 배우자가 이혼을 거부하는 사건이라고 해서 법원이 이혼청구를 쉽게 기각하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 재판에서는 상대방이 끝까지 이혼에 반대하더라도 혼인관계가 이미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파탄되었다고 판단되면 이혼이 인정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상대방이 법정에서 "저는 이혼을 원하지 않습니다"라고 말했는지가 아닙니다. 법원이 보는 것은 훨씬 구체적입니다.
두 사람이 왜 여기까지 왔는지, 얼마나 오랫동안 정상적인 부부공동생활을 하지 못했는지, 관계를 회복할 가능성이 실제로 남아 있는지, 그리고 혼인파탄의 주된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를 봅니다.
그래서 저는 이혼을 거부하는 상대방을 둔 의뢰인에게 "상대방의 동의를 받아내는 것이 소송의 목표가 아닙니다"라고 설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재판상 이혼에서는 상대방을 설득하는 것보다 법원을 설득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이혼하지 않겠다"는 말보다 실제 행동을 봅니다
민법 제840조는 재판상 이혼사유를 정하고 있고, 그중 제6호는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를 이혼사유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대법원은 여기서 말하는 중대한 사유를 부부공동생활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되고 혼인을 계속하도록 강제하는 것이 한쪽 배우자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되는 경우라고 설명합니다. 그리고 혼인계속의사, 파탄 원인과 책임, 혼인기간, 자녀, 나이, 이혼 후 생활보장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합니다.
대법원 2010.7.15. 선고 2010므1140 판결 역시 이러한 판단기준을 제시하면서, 혼인관계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되었고 이혼을 청구하는 배우자의 책임이 상대방보다 더 무겁지 않다면 이혼청구를 인용하여야 한다는 취지로 판시하였습니다.
그렇다면 상대방이 "나는 혼인을 계속하겠다"고 하면 어떻게 될까요?
여기에 상당히 중요한 판례가 있습니다. 대법원 2022.6.16. 선고 2019므14477 판결 등은 상대방의 혼인계속의사를 단순히 법정에서 표현하는 주관적인 의사만 가지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를 명확히 하고 있습니다. 법원은 혼인생활 전체와 이혼소송 과정에서 나타난 행동을 보고, 정말 악화된 부부관계를 회복하여 다시 정상적인 공동생활을 하려는 의사가 있는지를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부분은 실무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말로는 "이혼하고 싶지 않다"고 하면서도 실제로는 상대방과 연락하지 않고, 관계회복을 위한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고, 별거생활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단순히 소송에서 이혼에 반대하고 있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혼거부'와 '진정한 혼인계속의사'는 반드시 같은 것은 아닙니다.
다만 한 가지 중요한 예외가 있습니다
우리 대법원은 혼인파탄에 주된 책임이 있는 배우자의 이혼청구를 원칙적으로 허용하지 않는 이른바 유책주의를 기본 입장으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대법원 2015.9.15. 선고 2013므568 전원합의체 판결은 이러한 원칙을 재확인하면서도, 상대방 역시 실질적으로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는 경우, 세월의 경과로 책임의 경중을 엄밀히 따지는 것이 의미가 없어진 경우 등에는 예외적으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가 허용될 가능성을 열어두었습니다.
결국 핵심은 단순합니다. 상대방이 이혼을 거부하느냐가 아니라, 혼인이 실제로 파탄되었느냐가 중요합니다. 그리고 그와 함께 누구에게 파탄의 주된 책임이 있는가를 보게 됩니다.
일방적으로 집을 나왔다고 이혼을 못 하는 것도 아닙니다
처음 사례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아내가 먼저 집을 나왔습니다. 이 사실만 보면 아내가 가정을 버린 것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혼소송에서는 '누가 먼저 집을 나갔느냐'만으로 유책배우자를 결정하지 않습니다. 왜 집을 나가게 되었는지를 봐야 합니다.
이미 오랫동안 부부관계가 사실상 단절되어 있었고, 반복적인 갈등 끝에 별거를 선택한 것이라면 단순히 집을 나갔다는 사실만으로 혼인파탄의 주된 책임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실제로 이혼 사건에서는 한쪽 배우자가 먼저 집을 나와 장기간 별거한 상태에서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모두 이혼청구가 기각되는 것은 아닙니다.
반대로 다른 이성과 교제하기 위해 일방적으로 가정을 떠났거나, 특별한 이유 없이 배우자와 어린 자녀를 방치한 채 집을 나갔다면 평가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별거라는 결과가 아니라 별거에 이르게 된 원인과 과정입니다.
따라서 사례의 아내가 먼저 집을 나왔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이혼 가능성을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그 이전 수년간 부부관계가 어떠했는지, 왜 별거가 시작되었는지, 별거 후 두 사람의 생활이 완전히 분리되었는지, 관계회복을 위한 시도가 있었는지를 함께 보아야 합니다.
부부상담을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이혼을 거부하는 사건에서 실무적으로 상당히 고민되는 것이 부부상담입니다. 상대방이 법원에서 이렇게 이야기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는 이혼하고 싶지 않습니다. 부부상담을 받아서라도 다시 잘해보고 싶습니다."
이때 이혼을 원하는 배우자는 고민하게 됩니다. "나는 이미 마음이 완전히 떠났는데 상담을 받아야 하나?", "상담을 거부하면 법원에서 내가 혼인회복 노력을 하지 않았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저는 이 문제를 기계적으로 판단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오랜 기간 갈등이 지속되었고 여러 차례 관계회복을 시도했지만 실패했으며 당사자의 이혼의사가 확고하다면, 부부상담 몇 차례가 실질적으로 혼인을 회복시킬 가능성은 높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아무런 설명 없이 모든 상담절차를 거부하는 것도 사건에 따라서는 좋은 모습이 아닐 수 있습니다. 왜 더 이상의 상담이 실질적인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는지, 과거에 어떤 관계회복 노력을 했는지, 현재 혼인관계가 어느 정도까지 단절되어 있는지를 일관되게 설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반대로 이혼을 원하지 않는 배우자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법원에서 "이혼하기 싫다"고 말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습니다. 정말 혼인을 계속하고 싶다면 그에 맞는 행동이 필요합니다. 부부상담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갈등의 원인이 되었던 자신의 행동을 개선하려 노력하고, 배우자와의 관계를 회복하려는 태도를 보여야 합니다.
배우자가 이혼을 거부하고 있다면
이혼을 원하는 배우자라면
- 상대방의 동의를 받아야만 이혼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 부부관계가 언제부터 왜 악화되었는지 시간순으로 정리해 보세요.
- 별거 중이라면 별거기간보다 별거하게 된 이유를 먼저 정리하세요.
- 과거에 부부상담, 대화, 가족의 중재 등 관계회복을 시도한 자료가 있는지 확인하세요.
- 먼저 집을 나왔다고 해서 무조건 불리한 것은 아니지만, 그 경위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 이혼을 서두르면서 새로운 이성과 교제하는 행동은 유책성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특히 신중해야 합니다.
이혼을 원하지 않는 배우자라면
- 단순히 "이혼하지 않겠다"는 주장만 반복해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 부부상담 등 관계회복을 위한 실제 노력이 중요합니다.
- 갈등의 원인이 된 행동이 있다면 이를 개선하려는 모습이 필요합니다.
- 별거 중이라면 상대방과 정상적인 혼인생활을 다시 시작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도 중요합니다.
- 이혼을 거부하는 이유가 단순한 감정적 보복으로 보이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이혼소송에서 중요한 것은 배우자가 "이혼에 동의하느냐"가 아닙니다.
법원은 두 사람의 혼인이 실제로 회복할 수 없는 상태인지, 그리고 "혼인을 계속하고 싶다"는 말에 걸맞은 행동이 실제로 있었는지를 함께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