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는 결혼 후 두 아이를 낳았습니다. 첫째 아이를 낳은 뒤 육아휴직을 사용했고, 둘째가 태어나면서 결국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었습니다. 남편은 계속 직장생활을 했습니다. 아내는 아이들의 등하원과 식사, 병원, 학교생활을 챙겼고 집안일도 대부분 담당했습니다.
그렇다고 15년 동안 아무런 소득활동을 하지 않은 것도 아니었습니다. 아이들이 어린 시기에는 집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조금씩 했고, 아이들이 학교에 들어간 뒤에는 오전 시간에 파트타임으로 일하기도 했습니다. 어떤 달에는 소득이 있었고 어떤 달에는 거의 없었습니다. 가족 안에서는 자연스럽게 아내를 '전업주부'라고 불렀습니다.
이혼 이야기가 나오자 아내는 가장 먼저 자신의 경제적인 기여를 걱정했습니다. "저는 제대로 돈을 번 기간이 별로 없는데 재산분할을 얼마나 받을 수 있을까요?" 남편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재산은 사실상 내가 번 돈으로 만든 것 아닌가?" 아내도 그 말을 완전히 반박하지 못했습니다. 통장에 찍힌 급여만 보면 남편의 말이 맞는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부부가 함께 살아온 15년을 정말 급여의 액수만으로 평가할 수 있을까요?
'전업주부'라는 단어 때문에 자신의 기여를 먼저 낮게 평가할 필요는 없습니다
전업주부도 재산분할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은 이제 새로운 법률정보라고 하기 어렵습니다. 장기간 가사와 육아를 담당했다면 그 역시 재산의 형성과 유지에 대한 기여로 인정될 수 있다는 사실을 많은 분들이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오히려 '전업주부'라는 표현 자체를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이 단어는 때때로 '경제활동을 하지 않은 사람' 또는 심하게는 '재산형성에 기여하지 않은 사람'처럼 받아들여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실제 혼인생활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아이를 낳고, 키우고, 학교에 보내고, 아프면 병원에 데리고 가고, 가사를 담당하고, 배우자가 안정적으로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가족의 생활을 유지하는 것 역시 혼인공동생활을 구성하는 중요한 역할입니다.
그 과정에서 파트타임이나 아르바이트, 부업까지 병행했다면 더더욱 '돈을 번 배우자와 아무것도 하지 않은 배우자'라는 식으로 나누어서는 현실을 제대로 설명할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 결혼생활 자체가 재산을 만들기 위한 공동사업만은 아닙니다. 결혼생활에서 돈이 전부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재산분할에서 말하는 기여는 급여의 액수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재산분할은 부부가 혼인 중 공동의 노력으로 형성하고 유지한 재산을 청산·분배하는 제도입니다. 법원은 재산의 명의만을 보지 않습니다. 혼인기간, 각 배우자의 경제활동, 가사와 육아, 재산의 취득과 관리, 기존 재산의 유지와 증식, 혼인생활 전체에서 각 배우자가 담당한 역할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봅니다.
따라서 한쪽 배우자의 급여가 월 1,000만 원이고 다른 배우자의 급여가 없었다고 해서 재산형성에 대한 기여도가 곧바로 100대 0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외부에서 경제활동을 담당한 배우자가 있었다면 다른 배우자가 가사와 육아를 담당함으로써 그 경제활동이 안정적으로 지속될 수 있었는지도 함께 살펴봐야 합니다. 특히 장기간 혼인한 부부에서는 이러한 역할분담이 수년 또는 수십 년간 계속됩니다. 그 결과 한쪽 배우자는 경력을 계속 쌓고 소득을 증가시키는 반면, 다른 배우자는 임신·출산·육아 때문에 경력이 중단되거나 경제활동의 범위가 제한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재산분할에서 이러한 현실을 외면할 수는 없습니다.
재산분할에는 이혼 이후의 생활을 고려하는 요소도 있습니다
대법원은 재산분할에 혼인 중 공동으로 형성한 재산을 청산하는 기능뿐 아니라 이혼 이후 당사자의 생활을 고려하는 부양적 요소도 포함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다만 이를 "전업주부니까 더 받는다" 또는 "아이를 키우니까 몇 퍼센트를 더 받는다"는 공식으로 이해해서는 안 됩니다. 재산분할의 중심은 어디까지나 혼인 중 재산의 형성과 유지에 대한 기여입니다.
그러나 이혼 후 한쪽 배우자가 어린 자녀를 계속 양육하고, 오랜 기간 가사와 육아를 담당하느라 즉시 충분한 경제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다면 그러한 생활관계 역시 전체적인 재산분할 판단에서 고려될 수 있습니다.
아내의 15년을 '소득이 적었던 15년'이라고만 평가할 수 있을까요?
처음 사례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남편의 급여통장에는 15년 동안 꾸준히 급여가 들어왔습니다. 아내의 통장에는 일정한 급여가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숫자만 보면 남편이 가족의 재산을 대부분 만든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생활을 살펴보면 다릅니다. 아내는 두 아이를 출산했습니다. 아이들의 식사와 등하원을 담당했습니다. 병원에 데리고 다녔습니다. 학교행사와 학원일정을 관리했습니다. 집안일을 했습니다. 남편이 야근하거나 출장할 때도 아이들의 생활은 계속 유지되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조금 성장한 뒤에는 남는 시간에 파트타임과 부업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이 15년을 "남편은 경제활동을 했고 아내는 경제활동을 하지 않았다"는 한 문장으로 정리하는 것이 과연 정확할까요?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요즘의 전업주부는 반드시 '소득이 없는 사람'도 아닙니다
최근에는 전업주부와 맞벌이 부부의 경계 자체가 예전보다 훨씬 모호합니다. 아이들이 학교에 간 시간에만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주말에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합니다. 온라인 판매나 프리랜서 업무를 하기도 하고, 집에서 할 수 있는 부업으로 일부 소득을 얻기도 합니다. 이런 배우자를 단순히 '전업주부' 또는 '맞벌이 배우자' 중 하나로만 분류하는 것은 실제 혼인생활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름이 아닙니다. 누가 가족 안에서 어떤 역할을 담당했는가입니다. 예를 들어 아내가 하루 네 시간 파트타임으로 일하면서도 자녀의 등하원, 식사, 병원, 학교생활과 대부분의 가사를 담당했다면 단순히 "아내도 돈을 벌었으니 맞벌이였다"라고만 평가해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반대로 남편 역시 퇴근 후 육아와 가사를 상당 부분 분담했다면 그 사실도 함께 봐야 합니다. 재산분할에서는 부부에게 붙어 있는 명칭보다 실제로 어떻게 살아왔는지가 중요합니다.
전업주부와 양육권은 왜 함께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까요?
미성년 자녀가 있는 이혼사건에서는 또 다른 문제가 생깁니다. 누가 아이를 키울 것인가입니다. 양육자를 정할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은 자녀의 복리입니다. 따라서 "엄마니까 양육권을 가진다"거나 "전업주부니까 양육권에 유리하다"는 공식은 없습니다. 하지만 오랫동안 실제로 자녀를 주로 양육해 온 사람이 누구인지는 중요한 사실입니다. 누가 아이의 담임교사와 연락했는지, 누가 병원에 데리고 갔는지, 누가 아이의 친구관계와 생활습관을 알고 있는지, 누가 식사와 등하교를 책임졌는지, 자녀가 현재 누구와 안정적인 생활관계를 형성하고 있는지를 살펴보게 됩니다. 따라서 전업주부라는 신분이 양육권에 유리한 것이 아닙니다. 전업주부로 생활하면서 오랫동안 실제 양육을 담당해 왔다면 그 과정에서 형성된 주양육자로서의 생활관계가 중요한 것입니다.
양육자가 된다면 재산분할에서도 유리해질까요?
이 부분은 정확하게 구별할 필요가 있습니다. 양육권과 재산분할은 서로 다른 제도입니다. 양육자를 정할 때는 자녀의 복리가 중심이고, 재산분할에서는 부부 공동재산의 형성과 유지에 대한 기여가 중심입니다. 양육비 역시 별도로 정합니다. 따라서 "아이를 키우는 사람이 재산분할을 몇 퍼센트 더 받는다"는 공식은 없습니다.
하지만 실제 이혼 후의 삶에서 세 문제는 완전히 분리되어 존재하지 않습니다. 어린 자녀를 양육하는 배우자에게는 아이들과 함께 거주할 주택이 필요합니다. 오랫동안 가사와 육아를 담당했다면 다시 안정적인 경제활동을 시작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아이들의 학교와 생활환경을 유지해야 하는 문제도 있습니다. 따라서 재산분할의 부양적 요소와 실제 분할방법을 검토할 때 이러한 이혼 후 생활관계를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린 자녀를 양육할 배우자에게 현금을 지급하는 것보다 현재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를 귀속시키는 것이 더 현실적인 사건도 있을 수 있습니다. 결국 재산분할은 숫자만 정하는 문제가 아니라 이혼 이후의 생활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부부가 함께 살아온 시간을 급여명세서 두 장으로 평가할 수는 없습니다
전업주부인 의뢰인이 상담실에서 이렇게 말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는 결혼하고 한 게 별로 없어요. 집에서 아이만 키웠습니다." 저는 이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하나씩 다시 묻습니다. 아이들은 누가 주로 키웠습니까? 학교와 학원은 누가 챙겼습니까? 병원은 누가 데리고 다녔습니까? 배우자가 야근하거나 출장할 때 집안은 누가 책임졌습니까? 가계재산은 누가 관리했습니까? 파트타임이나 부업을 한 적은 없습니까? 임신과 출산 때문에 포기하거나 중단한 직장은 없습니까?
이 질문에 답하다 보면 처음에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던 의뢰인의 혼인생활이 완전히 다르게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전업주부라는 단어가 오히려 그 사람이 지난 수년 또는 수십 년 동안 담당했던 역할을 너무 단순하게 압축하고 있는 것입니다.
결혼생활에서 돈이 전부는 아닙니다
저는 전업주부였던 의뢰인이 자신의 혼인생활을 소득만으로 평가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누가 더 많은 급여를 받았는지는 물론 중요한 사실입니다. 하지만 부부가 함께 살아온 10년, 20년을 급여명세서 두 장만 놓고 평가할 수는 없습니다. 아이를 낳고 키운 시간, 배우자가 직장이나 사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가정을 돌본 시간, 가족이 아플 때 곁을 지킨 시간, 가족의 일상을 유지하기 위해 사용한 시간도 모두 혼인생활의 일부입니다.
그래서 전업주부였다는 이유로 스스로 "나는 돈을 벌지 않았으니 기여한 것이 별로 없다"고 먼저 결론 내릴 필요는 없습니다. 법원이 재산분할에서 보는 기여 역시 단순히 누가 얼마의 급여를 받았는지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돈을 번 사람의 기여를 존중하는 것과, 돈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다른 배우자의 기여를 인정하는 것은 서로 모순되지 않습니다.
전업주부 사건에서는 이혼 후의 삶도 함께 설계해야 합니다
특히 미성년 자녀가 있다면 재산분할 비율만 계산해서는 부족합니다. 누가 아이를 양육할 것인지, 어디에서 살 것인지, 양육비는 얼마인지, 현재 거주하는 집을 유지할 필요가 있는지, 전업주부였던 배우자가 언제부터 어느 정도의 경제활동을 할 수 있을지까지 함께 고민해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런 사건에서 "몇 퍼센트를 받을 수 있습니까?"라는 질문만 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오히려 질문을 이렇게 바꿔보는 것이 좋습니다. "나는 혼인기간 동안 어떤 역할을 해왔고, 이혼 후 아이들과 어떤 삶을 살아가야 하는가?" 그 질문까지 답해야 비로소 현실적인 이혼의 조건을 만들 수 있습니다.
가사·육아를 주로 담당했다면 / 파트타임·부업을 병행했다면
- 혼인기간, 자녀의 임신·출산과 양육과정을 정리합니다.
- 실제 가사를 누가 주로 담당했는지, 경력 중단·제한 사실을 확인합니다.
- 가계재산이나 부동산 관리에 관여한 사실을 정리합니다.
- 소득의 규모만으로 자신의 역할을 평가하지 않습니다.
- 경제활동과 동시에 담당한 가사·육아 정도를 확인합니다.
미성년 자녀가 있다면
- 실제 주양육자가 누구였는지, 일상 양육 담당자를 정리합니다.
- 이혼 후 자녀가 어디에서 생활할지, 학교·생활환경 유지 필요성을 검토합니다.
- 양육비·교육비를 계산하고, 현금·부동산 중 현실적인 형태를 검토합니다.
부부가 함께 살아온 시간을 급여명세서 두 장으로 평가할 수는 없습니다.
결혼생활에서 돈이 전부는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소득이 없었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의 혼인생활에 대한 기여까지 스스로 낮게 평가할 필요는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