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아내를 만나기 전 아파트 청약에 당첨되었습니다. 분양계약 역시 남편 명의로 체결했고, 최초 계약금도 남편이 가지고 있던 돈으로 지급했습니다. 그 후 두 사람은 결혼식을 올리고 함께 생활하기 시작했습니다. 다만 여러 사정으로 법률상 혼인신고는 하지 않은 채 사실혼 관계로 생활했습니다. 두 사람이 함께 산 기간은 약 3년이었습니다.
그 사이 남편 명의의 분양권에는 큰 변화가 생겼습니다. 분양 당시에는 주변에서 특별히 주목받지 않았던 아파트였지만 부동산 가격이 빠르게 상승하면서 입주를 앞둔 시점에는 상당한 프리미엄이 형성되었습니다. 분양가를 기준으로 보면 8억 원 정도였지만 주변에서는 해당 분양권의 실질적인 가치가 13억 원 정도에 이를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3년 뒤 두 사람의 관계는 파탄되었습니다. 재산분할 이야기가 나오자 남편은 단호했습니다. "이 분양권은 당신 만나기 전에 제가 청약해서 당첨된 겁니다." "계약금도 제가 냈습니다." "그러니까 제 특유재산입니다." 아내 역시 최초 분양권 자체가 남편에게서 시작됐다는 사실까지 부정하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가 같이 사는 동안 분양권 가격이 5억 원이나 올랐잖아요." 남편은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아파트 가격이 오른 게 당신이 기여해서 오른 겁니까?" "그냥 부동산시장이 오른 것 아닙니까?" 상당히 강한 반론입니다. 그렇다면 결혼 또는 사실혼 이전에 취득한 분양권의 가치가 혼인생활 중 크게 상승했다면 그 상승분은 누구의 재산으로 보아야 할까요?
분양권의 취득과 그 이후의 가치변동을 나누어 살펴봐야 합니다
먼저 출발점을 확인해야 합니다. 남편이 사실혼 관계가 시작되기 전에 이미 청약에 당첨되었고, 분양계약을 체결하고, 자신의 돈으로 계약금까지 지급했다면 분양권의 최초 형성에는 남편의 특유재산적 성격이 강합니다. 따라서 두 사람이 함께 살았다는 이유만으로 "분양권은 무조건 반반이다"라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런데 재산분할 사건에서는 여기에서 분석이 끝나지 않습니다. 분양권을 취득한 이후 중도금과 잔금은 누가 부담했는지, 사실혼 기간 동안 공동재산이 투입되었는지, 분양권 또는 이후 취득한 아파트의 가치가 얼마나 변했는지, 그 재산을 유지하고 취득하는 과정에서 상대방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함께 살펴봐야 합니다. 즉 분양권을 처음 누가 취득했는가와 그 분양권이 현재의 가치를 가지기까지 어떤 일이 있었는가는 서로 다른 질문입니다.
분양권은 단순히 납입한 돈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분양권 재산분할에서 중요한 대법원 판결이 있습니다. 대법원 2019.10.31. 선고 2019므12549, 12556 판결입니다. 이 사건에서는 한쪽 배우자가 혼인 전부터 주택청약종합저축 계좌를 가지고 있었지만 실제 아파트 분양계약은 혼인 중 체결되었습니다. 혼인관계가 파탄되기 전까지 계약금과 중도금 일부도 납부되었습니다. 이후 혼인관계가 파탄된 뒤 나머지 중도금과 잔금이 지급되었고, 사실심 변론종결 전에 아파트의 소유권까지 취득했습니다.
원심은 혼인관계가 파탄될 때까지 납입한 계약금과 중도금 정도만 재산분할 대상으로 보았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다르게 판단했습니다. 혼인관계 파탄 전에 부부가 상당한 분양대금을 납부했고, 이후 사실심 변론종결 전에 아파트의 소유권까지 취득했다면 아파트 자체가 재산분할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취지로 원심을 파기했습니다. 즉 분양권 사건에서는 단순히 "혼인 중 얼마를 납입했는가"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 권리가 이후 어떤 재산으로 완성되었는지까지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사실혼이라면 기준시점도 생각해야 합니다
이번 사례는 법률혼이 아니라 사실혼 관계입니다. 사실혼이 해소되는 경우에도 일정한 요건 아래 재산분할청구가 가능합니다. 다만 사실혼의 경우 재산분할 대상과 가액의 기준시점은 법률혼의 재판상 이혼과 조금 다르게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법원은 사실혼 해소에 따른 재산분할에서는 원칙적으로 사실혼 관계가 해소된 날을 기준으로 재산분할 대상과 가액을 정해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다만 사실혼이 해소된 이후에도 부부가 공동으로 형성하고 유지한 부동산 등에 외부적·후발적인 가치변동이 발생했고, 그 이익이나 손해를 일방에게만 귀속시키는 것이 현저히 불공평한 경우에는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그러한 가치변동을 가액 산정에 참작할 수 있다는 것이 최근 대법원의 입장입니다. 따라서 사실혼이 끝난 날짜 하나만 보고 모든 가치변동을 기계적으로 잘라내는 것도 적절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5억 오른 것이 아내 때문입니까?"라는 질문에 어떻게 답해야 할까요?
처음 사례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남편의 질문은 상당히 설득력이 있습니다. "분양권 가격이 5억 오른 것이 아내가 무언가를 해서 그런 것입니까?" 실제로 부동산 가격이 급격하게 상승한 이유는 시장상황 때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내가 가사를 담당하거나 함께 생활했다는 이유로 아파트 가격 자체가 오른 것은 아닙니다. 이 점은 인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재산분할에서 법원이 묻는 질문은 가격상승의 직접적인 원인을 누가 만들었느냐만은 아닙니다. 분양권의 최초 취득경위, 사실혼 기간, 계약금과 중도금의 출처, 사실혼 기간 중 추가로 투입된 자금, 대출상환, 부부의 경제적 역할, 재산의 유지와 취득과정을 함께 살펴보게 됩니다. 따라서 "5억이 올랐으니 그중 절반은 아내 것이다"라고 접근하는 것도 지나치게 단순합니다. 반대로 "부동산시장이 올린 것이니 상승분 전부가 남편 것이다"라고 단정하는 것도 구체적인 자금관계와 기여도를 무시할 수 있습니다. 결국 특유재산적 성격과 상대방의 실제 기여를 함께 평가해야 합니다.
혼인기간이 극히 짧다면 어떨까요?
이번 사례에서 두 사람이 함께 생활한 기간은 약 3년입니다. 이 부분도 중요합니다. 10년, 20년 동안 함께 분양대금을 부담하고 가정을 유지한 사건과 2~3년 정도의 단기간 사실혼 사건을 동일하게 평가하기는 어렵습니다. 특히 분양권을 사실혼 이전에 이미 취득했고 최초 계약금까지 남편의 고유재산으로 지급했다면 남편의 특유재산적 성격은 더욱 강하게 주장될 수 있습니다.
반면 짧은 기간이라도 사실혼 중 상당한 중도금이 공동재산에서 지급되었거나, 상대방의 혼전재산이 추가로 투입되었다면 그 부분은 다시 평가해야 합니다. 그래서 이런 사건에서는 단순히 "3년 살았으니 몇 퍼센트"라고 계산하기보다 분양대금의 각 납입시점과 자금출처를 하나씩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분양권 사건에서는 '얼마짜리 재산인가'부터 싸우는 경우가 있습니다
분양권 재산분할 사건의 어려움은 기여도만이 아닙니다. 더 앞 단계에서 문제가 생기기도 합니다. "이 분양권의 가치가 도대체 얼마인가?"입니다. 준공된 아파트라면 동일 단지의 동일 평형 최근 실거래가격을 확인하기 상대적으로 쉬운 경우가 많습니다. 분양권은 상황이 다를 수 있습니다. 전매제한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실제 거래사례가 충분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입주 전이라 동일한 아파트의 실거래가격 자체가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한쪽은 말합니다. "분양권에는 별도의 프리미엄이 없습니다." 반대쪽은 말합니다. "주변에서는 5억 이상 오른 것으로 평가합니다." 이때부터는 재산분할 비율보다 재산의 가치 자체가 소송의 핵심쟁점이 됩니다.
분양가와 분양권의 가치는 같은 숫자가 아닙니다
분양가가 8억 원이라고 해서 현재 분양권의 경제적 가치도 반드시 8억 원인 것은 아닙니다. 반대로 주변에서 "프리미엄이 5억 붙었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해서 법원이 아무런 자료 없이 13억 원으로 인정하는 것도 아닙니다. 실제 거래사례, 주변 부동산의 가격, 분양권의 거래 가능성, 납입된 분양대금, 남은 중도금과 잔금, 각종 제한 등을 종합하여 평가해야 합니다. 당사자 사이에서 가격에 관한 의견 차이가 너무 크다면 감정이 문제될 수도 있습니다.
감정을 신청하면 나에게 유리할까요?
여기서 실무적으로 상당히 중요한 문제가 생깁니다. 상대방이 분양권의 가치를 13억 원이라고 주장합니다. 내가 보기에는 너무 높습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생각합니다. "감정해 달라고 하면 실제 가격은 훨씬 낮게 나오겠지." 그런데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실제 재산분할 사건에서는 상대방이 주장하는 가격이 너무 높다고 생각해 감정을 신청했는데 오히려 감정가격이 예상보다 높게 나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감정인은 감정을 신청한 당사자의 편에서 가격을 정하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객관적인 자료와 평가방법을 통해 가치를 산정합니다. 따라서 감정결과가 내 주장보다 높게 나올 수도 있고, 상대방 주장보다 높게 나올 수도 있습니다. 감정은 신청한 사람에게 유리한 결과를 보장하는 절차가 아닙니다.
그래서 감정신청 자체가 소송전략입니다
저는 부동산이나 분양권의 가격을 다투는 사건에서 "상대방 가격이 마음에 안 드니까 일단 감정합시다"라고 접근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예상되는 감정가격의 범위를 검토해야 합니다. 주변 거래사례를 확인하고, 유사한 재산의 가격을 살펴보고, 분양권의 실제 거래 가능성을 확인해야 합니다. 그 결과 상대방이 주장하는 가격보다 감정가가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면 감정을 신청하는 것이 오히려 불리할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상대방이 지나치게 높은 가격을 주장하고 있고 객관적인 자료가 이를 뒷받침하지 않는다면 감정을 통해 정확한 가치를 확인하는 것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즉 감정을 할 것인지 자체가 하나의 소송전략입니다.
가격이 급등하는 시기라면 더 어려워집니다
특히 최근처럼 특정 지역의 신축아파트나 분양권 가격이 빠르게 움직이는 시기에는 문제가 더 복잡해집니다. 소송을 시작할 때 예상했던 프리미엄과 재판이 진행된 뒤의 가치가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경우 앞 장에서 살펴본 재산평가 기준시점의 문제와도 연결됩니다. 처음 제출한 가격만 가지고 사건을 끝낼 것이 아니라,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객관적인 가치변동이 있는지 계속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분양권처럼 거래사례가 많지 않은 재산일수록 가치평가를 어떻게 할 것인지가 기여도만큼이나 중요해질 수 있습니다.
분양권이 있다면 / 혼인기간이 짧다면
- 청약 당첨·계약체결 시점과 사실혼(혼인) 시작시점을 비교합니다.
- 최초 계약금·중도금·잔금 부담자, 공동자금 투입 여부를 확인합니다.
- 단순히 혼인기간만으로 기여도를 예상하지 않습니다.
분양권 가격에 다툼이 있다면 / 감정을 고민한다면
- 분양가와 현재 경제적 가치를 구별하고, 동일·유사 분양권 거래사례를 확인합니다.
- 남아 있는 중도금·잔금·전매제한을 확인합니다.
- 감정 신청 전 예상가격 범위를 먼저 조사하고, 감정가가 자신에게 유리할 것이라 단정하지 않습니다.
분양가와 분양권의 가치는 같은 숫자가 아닙니다.
감정은 신청한 사람에게 유리한 결과를 보장하는 절차가 아닙니다.
재산의 가치가 불분명할수록, 감정을 할 것인지 자체가 하나의 소송전략이 됩니다.

